[Metro] 서울사람/ 방송인 이참씨
- 남산 야외식물원에 있는 연못가로 자신이 기르는 진돗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이참(옛 이름 이한우)씨. 도심에서도 울창한 숲을 즐길 수 있는 남산은 서울의 보배라고 했다. /주완중기자
‘독일 출신 한국인’ 이참(李參·49)씨. 방송인이나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이한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그를 남산 하얏트호텔
건너편에 있는 남산 야외식물원에서 만났다. 1970년 말 이후 한국에
자리를 잡은 그의 서울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한남동 집에서 나와 남산에 오르곤 합니다. 도심 한가운데 울창한 숲이
있는 남산은 서울의 보배입니다. 야외식물원은
야생화원·유실수원·약용식물원 등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 남산의 생태를
한눈에 볼 수 있죠.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산에 올라 1시간 정도 남산에
파묻힙니다.”
그의 남산 산책길 동반자는 진돗개 ‘벤’(애칭 베니). 15년 전부터
‘진사모’(진돗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벤은 둘도 없는 친구다.
“진돗개는 점잖으면서도 당당한 풍모가 매력이죠. 서양개처럼 머리나 몸
모양이 각(角)이 지지 않은 부드러운 외모나 성격이 한국인을 닮은 것
같아요. 한강변 갈대밭도 벤과 함께 자주 찾습니다.”
TV드라마 등에 출연한 방송인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20년 이상 기업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기업 전문가. 현재 미국·유럽 등지로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담당하는 컨설팅업체 참스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1978년 처음 한국에 온 그는 82년 한국인 아내(46)와 결혼해 아들(18)과
딸(14)을 두었다.
집에서는 한국어와 독일어·영어 등 3개 국어로 가족끼리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1986년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독일 이름 베른하르트 콴트를 버리고,
한국인 이한우(李韓佑)가 됐다. ‘한국을 돕겠다’는 뜻. 성(姓)은
한국인 중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에게서 빌려왔다. 2001년
이참(李參)으로 개명했다.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동참(同參)하겠다는 뜻이죠. 참된 한국인이
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월드 와이드 와인 클럽’을 마련해 와인강의를 맡고
있다. 독일의 전통적인 포도주 생산지역인 나헤 지방에서 태어난 그는
수백 종에 이르는 와인의 종류와 마시는 법, 테이블 에티켓 등을 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정작 좋아하는 음식은 국물이 있는 탕 종류라고 했다.
매운탕·갈비탕·설렁탕·추어탕 등을 꼽았다. 인삼차에 대추를 띄워
즐겨 마시는,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용산구 갈원동 사무실 인근의 성남극장 뒤편 남영동 부대찌개 골목
가게들에도 단골이다. ‘김가이가 칼국수 버섯매운탕’(792-4393) 집에선
각종 약재와 버섯을 건져 먹고, 칼국수와 밥죽으로 배를 채운다.
10여년 전 한·독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할 때는 남대문시장 골목의
십전대보탕집을 자주 찾았다. “한약재를 넣어 감기기운이 있을 때면 한
그릇 뚝딱 해치웠습니다.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기도 했죠.”
독일인 친구를 만날 때는 이태원에 있는 ‘3 Alley Pub’(749-3336)에서
소시지와 맥주를 곁들인 정통 독일음식을 즐긴다. 사직공원 인근의 ‘THE
SOHO’(722-1999)는 주인이 수집한 미술품을 감상하면서
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황학동 벼룩시장은 주말 나들이 코스. “오래된 도자기나
골동품·가구·조각품 등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서울
구경을 시켜 달라는 외국 친구와 함께 꼭 찾는 코스입니다. 제기동
약재시장에선 각종 한약재를 구경할 수 있죠.”
그는 청계천 7가에 있는 애완동물거리에서 구입한 앵무새 한 마리와
햄스터 두 마리, 열대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서울은 저에게 단지 제2의 고향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인생의
절반인 25년 이상을 서울에서 살았으니까요.”
그는 서울을 ‘섞어찌개’에 비유했다. “고도로 발달된 정보화 사회의
역동성과 전통적인 문화의 보수성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음식으로 치면
해산물·돼지고기·야채가 한데 어울려 맛을 내는 섞어찌개라 할까요.
세계 어느 나라도 서울처럼 교회·절·성당·이슬람성당 등이 함께 있는
곳이 드물거든요. 힐튼호텔에서 1만원짜리 커피를 파는가 하면, 호텔
바로 뒤에 있는 남대문시장에는 4000원짜리 감자탕집이 즐비하니까요.
여러 문화가 섞인 ‘퓨전문화’가 한국의 잠재력입니다.”
올해 초 서울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는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도심에 자리한 청계천이 복원되면 서울의 명물이 될 겁니다. 이제껏
서울만의 독특한 문화를 사실 찾기 힘들었거든요.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변에서 연인을 만나고,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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