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에 대한 책.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나면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 진다. 애완동물이 이렇게 귀엽고 저렇게 사랑스러우니까, 이리저리 잘 돌보라는 차원의 책이 아니다. 집에서 함께 사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쥐 잡는 고양이’ ‘집 지키는 개’ 이상으로 자리잡게 된 21세기 한국에 드디어 한 차원 높은 개와 고양이에 대한 책이 나왔다.
두 저자가 펄쩍 뛰며 싫어할 단어는 ‘애완동물’일 것이다. ‘기른다’는 말도 용납 못할 것이다. 극과 극인 개와 고양이를 각각 다룬 책이니 만큼 둘의 톤과 스타일도 사뭇 다르다. 그러나 어떻게 우리가 네 발 달린 털북숭이 친구를 통해 이 풍진 세상에서 따뜻한 위안을 얻는지, 또 말이 아니라 가슴으로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영적인 성장에 이르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고양이에게는 아무래도 고양이를 좀 알아야 와 닿는 책. 그러나 와락 달려드는 개와는 달리 언제나 딱 한 발짝, 아슬아슬한 거리를 둔 채 사람을 관찰하는 고양이의 행동거지, 무수한 낮과 밤을 비위를 맞추며 보내야 비로소 다정한 ‘야옹’ 한 마디 해 주는 고양이의 냉정함, 감히 말 붙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고독한 고양이의 뒷모습을 아는 독자라면 ‘맞아 맞아’ 하고 맹렬히 무릎을 쳐 가며 페이지를 넘길 것이다.
주인공은 ‘나옹’. 혼자놀기의 대가 ‘스노우캣’으로 유명한 저자가 실제로 키우고 있는 이 아메리칸 숏헤어는 이미 인터넷 스타다. “어쩔 때는 고양이에게 너무 쥐여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옹이 그를 행복하게 한 건 분명하다” “고양이와 등을 맞대고 누워본 적 있는지(고양이가 와서 등을 대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당신은 이미 천국에 다다른 기분이 어떤 건지 알게 된 것이다” 등 ‘고양이 경구’를 섬세한 드로잉에 곁들였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고양이 사진들 덕분에 길거리 고양이의 삶까지 쿨해진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고양이를 좋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생명과 감정을 가진 존재로 대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개와 사람 사이는 지금까지 나온 책 중 사람과 개의 관계를 가장 진지하게 고찰한 저서일지 모른다. 개의 진화, 개와 종교, 개를 둘러싼 과학적·심리학적 연구까지 거창하게 전개하는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우리는 개와 말을 할 수 있을까’. 답은 ‘할 수 있다’. ‘앉아’, ‘이리 와’, ‘우리 공놀이할까’ 따위가 아니라 사람과 똑같이 개개의 욕망과 능력을 가진 생명체의 가슴으로부터 울리는 음성을 듣는 것이다.
“나로서는 동물에게서 느끼는 사랑의 깊이를 묘사할 단어가 없다. 그들이 나의 눈을 들여다볼 때면, 가슴에 와 닿는 사랑이 끝없이 확장되는 느낌이라는 것밖에는” “나는 동물의 감정이 우리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대체로 우리는 정신적인 혼동으로 순간의 감정에 집중 못하지만 동물들은 그 순간에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뒤로 갈수록 책은 코엘료의 ‘연금술사’처럼 신비롭고 묵직한 분위기로 흐른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먼지처럼 떠돌던 나와 개가 만난 인연을 돌아보며 벅찬 감동을 느끼다가 개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는지(개는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살아있기를 지속하기도 하는데 이는 함께 살았던 사람이 감정적으로 자신을 보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한다)를 다룬 부분에 이르면 코끝이 찡해질지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곁에 있는 고양이, 개를 꼭 끌어안아주고 싶다. 그러나 두 책의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그들을 껴안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우리를 다정하게 품어주는 것이다. 주인 잘 만나 호강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구제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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