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키즈]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 PC통신으로 애완동물동호회에 가입했다가 동물들의 삶의 권리를 지켜주는 동물자유연대의 대표가 된 조희경씨. 한 회원이 기증한 행당동 본부에는 버려진 동물 20여 마리가 새 주인을 기다리며 건강을 되찾고 있다. /김진평기자
-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는 이채로운 집회가 열렸다. ‘동물에게도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동물 애호가들이 거리거리에 무참히 버려지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소리 높인 ‘집 없는 동물들의 날’ 행사였다. 주최측인 동물자유연대가 전시한 사진들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양쪽 눈에 피와 고름을 줄줄 흘리고 있는 시추(중국원산의 애완견), 골절수술의 실습 대상이 돼 만신창이가 된 코커스패니얼…. 투견을 만들려는 주인에 의해 양쪽 귀가 잘려나간 개를 본 한 아이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 가슴 뭉클한 행사를 기획한 주인공은 마흔두 살의 ‘노처녀’ 조희경씨다. 동물자유연대 대표인 그는 애완동물이란 말 대신 ‘반려동물’이란 단어를 써가며 최근 들어 버려지는 동물이 급증하고 있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동물구조관리협회에 하루 들어오는 버려진 동물들이 20~30마리예요. 1년이면 서울시에서만 1만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집니다. 애완인구가 급증하는 만큼 동물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이후의 관리는 엉터리란 뜻이지요. 호기심에 즉흥으로 샀다가 싫증나면 버리고 병들면 또 버리고.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도 되는 동물들이 사람들 허영에 억지로 태어났다가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입니다.”
애완동물 잃은 뒤에 후회말고 이름표 달아줘야
신혼부부 보단 여유있는 중년 가정에 분양 권유
동물자유연대는 1999년 만들어졌다. 회원수는 1600여명. 30대가 가장 많고 90%가 여성이다. 이들은 동물구조관리협회로 들어온 버려진 동물들을 데려와 건강을 되찾게 해준 뒤 좋은 가정으로 입양시킨다. 동물이 또다시 고통받지 않게 하기 위해 입양 조건도 무척 까다롭다.
“신혼부부에게는 잘 맡기지 않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갈등요인이 되니까요. 혼자 사는 남자도 힘들어요. 변수가 많고 섬세한 관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40대의 여유 있는 중년 부부가 가장 이상적이지요. 15년 이상을 사는 동물들이니 끝까지 함께 살 자신이 있어야 하고 애정을 충분히 줄 수 있어야 해요. 뭣보다 가족 전체의 합의가 중요합니다.”
입양시키기까지 회원들이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달 300만원 가까이 드는 동물 치료비를 십시일반해서 모아야 하고, 주말이면 서울 행당동 본부에 나와 아직 입양되지 않은 동물들을 목욕시키고 놀아줘야 한다. 누구도 데려가지 않는 장애견은 회원들이 직접 입양한다.
“저희들이 원하는 건 동물들의 생명과 복지에 대한 법적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르단·필리핀 등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들에서 오히려 동물들이 행복하게 삽니다. 대만에서는 15세 이상의 사람만이 동물을 키울 수가 있지요. 우리는 주인이 동물을 죽을 때까지 때려도 고작 벌금 20만원입니다. 애완동물산업도 규제해야지요.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가게를 낼 수 있게 허가해야 합니다.”
동물에 미쳐서 시집 못 간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며 웃는 조희경씨는, 어떤 생명도 사람 목숨만큼 귀하다는 생각을 모든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특히 지금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이름표는 꼭 달아 주세요. 잃어버려도 쉽게 집에 찾아올 수 있도록. 불임수술도 해주셔야 하는 거 아시죠? 동물은 생명체이지 장난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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