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구조활동으로 연평도 고양이 죽게 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비판
"연평도서 데려온 14마리 중
11마리는 입양돼 잘 살아"
동물사랑실천협회 반박
고양이 한 마리의 죽음을 둘러싸고 우리나라 양대 동물보호단체 간에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20일 동물사랑실천협회(이하 동사실)는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를 떠난 주민들이 미처 데리고 나가지 못한 반려동물 구조활동을 벌였다. 구조활동 중 회원들은 주인 없이 방치돼 있던 고양이 '노랑둥이'를 발견했고 노랑둥이가 연평도에서 홀로 생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서울로 데리고 왔다. 그러나 서울에 온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노랑둥이가 죽었다. 호흡기 질환인 '고양이 허피스바이러스(herpesvirus)'에 감염된 노랑둥이의 상태가 급작스레 악화됐던 것.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동사실은 결국 노랑둥이를 안락사시켰다. 고통스럽게 생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게 돕는 것이 동물복지의 측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노랑둥이가 안락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 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측은 "동사실이 불필요한 구조활동을 벌여 노랑둥이가 안락사라는 끔찍한 최후를 맡게 됐다"며 공개적으로 동사실을 비판하고 나섰다. 카라는 '개 식용 반대 운동가'로 알려진 영화감독 임순례(51)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 ▲ 지난해 11월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들 대부분이 빠져나가며 텅 빈 연평도 거리에서 노랑둥이가 홀로 배회하고 있다. 노랑둥이를 위한‘최선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 카라 제공
카라의 전진경(47) 이사는 "고양이는 환경변화에 민감해 구조를 해도 제자리에 방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또 "허피바이러스는 치료 없이도 자연치유가 가능한 가벼운 병인데 (동사실측이) 노랑둥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카라는 동사실과는 달리 동물을 안락사시키는 것 자체가 인간중심적 사고라는 입장이다.
동사실은 카라의 비난에 대해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반박글을 올렸다. 동사실의 박소연(40) 대표는 "연평도에서 데려온 14마리 반려동물 가운데 11마리가 입양돼 건강하게 살고 있고, 다만 3마리가 전염병 때문에 불가피하게 안락사된 것"이라고 했다. 또 "카라가 너무 이상적인 생각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노랑둥이의 죽음으로 폭발한 양대 동물보호단체의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두 단체는 동물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차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개식육을 반대하는 카라는 동사실 등 주요 동물보호단체가 개식육 금지 운동에 나서지 않는 행태를 줄곧 비판해왔다. 애완동물 유기 방지를 위한 '반려동물 등록제'의 세부적인 내용을 두고도 두 단체의 입장은 서로 엇갈렸다. 지난달 29일 개정된 동물보호법의 안락사(동물의 인도적 처리) 조항을 두고도 양측은 팽팽히 대립했다.
두 단체의 골이 깊어지며 갈등은 점점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5일 한 네티즌이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에게 묻습니다'란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카라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동사실이 연평도에서 아이들(동물)을 데려온 것이 알려진 후 후원금이 크게 늘었다"며 "동물들을 영리목적에 이용하는 것은 아니냐"고 했다. 동사실이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의 시설이 낙후돼 동물보호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
동사실을 지지하는 한 네티즌은 "카라는 올 1~2월 동물 구조비·치료비를 단 1원도 쓰지 않은 단체"라며 "동사실처럼 열심히 활동을 하지도 않고, 동물보호소도 운영하지 않으면서 비판만 한다"고 했다.
두 단체가 사안마다 대립각을 세우는 것과 관련해 동물보호에 관심 있는 네티즌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상호비방글을 접한 한 네티즌은 "동물보호 요청을 어디로 해야 하냐"고 했다. 한 동물보호단체에 후원금을 내고 있는 김모(31)씨는 "노랑둥이의 죽음만큼 두 동물보호단체의 다툼도 안타깝다"고 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